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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김애란)

by 꼬비(ggoby2) 2024. 6. 9.

바깥은 여름,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책표지의 파란색과 한 여자가 문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표지와 제목이 찰떡 떡 같았다. 시원스런 여름의 느낌은 아니지만 슬픈듯한 여름의 느낌이 나는 파란색이었다. 바깥은 여름처럼 따뜻함이 있어 보이지만, 자신의 내면에서는 가을과 겨울이 더 많이 나타나는 소설이다. 단편 소설 여러 개를 엮은 책인데, 이러한 방법을 좋아한다.

 

장편 소설의 경우 입맛에 안 맞는 경우도 꾸역꾸역 읽어나가게 되지만, 단편 소설의 경우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빠르게 읽어나가고,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맛있는 청포도 타르트를 먹듯이 조금씩 그리고 다시 되짚어서 읽어도 부담이 없다.

 

김애란 님의 소설은 현실적인 슬픔과 아픔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따스함이 있다. 따스함이 있으면서 외로움이 있다. 그 느낌이 좋다. 

 

소설의 차례는

 

  1. 입동
  2. 노찬성과 에반
  3. 건너편
  4. 침묵의 미래
  5. 풍경의 쓸모
  6. 가리는 손
  7.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로 구성 되어 있다.

입동

에서는  곧 아빠가 되는 나에게는 충격적이면서 서슬 퍼렇게 다가온 소설이다. 아빠의 시각으로 자식을 잃은 부부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엮어 내었다. 아이가 죽으면 장례식을 3일장이 아닌 1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슬픔을 감당할 수 없는 침묵이 장례식장에 맴돌고 여느 시끄러운 장례식장과는 정반대이다. 4년 전에 가 본 아이의 장례식장이 떠오른다. 그 죽음의 그림자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 그 순간조차 손에서 벽지를 놓을 수 없어. 그렇다고 놓지 않을 수도 없어 두 팔을 든 채 벌서듯 서 있었다. 물먹은 풀이 내 몸에서 나오는 고름처럼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노찬성과 에반

어렸을 때 시골에 살던 나에게는 익숙한 느낌의 이야기이다. 강아지, 고양이 등의 동물들과 함께 있었지만 아팠을 때는 무슨 병원이냐는 부모님의 말씀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의 시점으로 현실의 세계를,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장면들을 잘 펼쳐 놓은 글이다.

 

#환한 대낮, 차 안에서 일제히 잠든 이들은 모두 피로에 학살당한 것처럼 보였다.

 

건너편

 

 연인사이의 이별을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서 나타나는 그리고 연인이 아닌 부부사이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멀어짐을 표현해주어서 다시 한번 관계에 대해서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


어디로 가고 싶은신가요

 

이 소설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기차에서 읽다가 눈물이 나와서 옆에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는데 그것보다 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가 나왔다.

 

세월호 사건이 생각이 났고, 외국 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 대신 인질이 되어서 죽는 장면들이 생각났다. 내가 교사를 하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을 위해서 나는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잖은 영웅심리? 아니 조금 더 산 내가 앞으로 살아갈 너희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가끔 상상한다. 아이를 구하다 죽는 나 자신을..

 

이러한 이야기를 아내에게 한 적이 있다.

"나는 만약에 아이들이 주는 상황이 온다면, 내가 대신 죽어 줄 수 있는 교사이고 싶어." 

아내는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았고,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면서 가족들 먼저 생각하라고 쏘아붙였다. 그 목소리에는 슬픔보다는 나에 대한 이해보다는 자신에 대한 생각이 더 커 보였다. 처음에는 나에 대해 이해해주지 않는 그녀에게 입을 다무는 방법밖에 없어지만, 살아가면서 책임을 지어야 할 게 많으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생기는 마음속 나를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죽은 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 편지 위론 이제 막 한글을 뗀 아이가 쓴 것처럼 크고 투박한 글씨가 늘어서 있었다. 

권동경 선생님 사모님께..